콘텐츠 바로가기
로그인
컨텐츠


허수경의 '카프카 날씨 1'[#58]

교양·라이프시 읽는 토요일 2016년 07월 29일 17:09 위준영
[한겨레 토요판] 이주의 시인, 허수경

카프카 날씨 1 / 허수경

이 거리 처음 본다
이 건물들 본 적 없다
이 사람들 모른다

그들은 내가 여기에서 이십 여년째
살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것 같다

국경을 넘어서 들어오는 사람들 속에
강도와 테러리스트들이 끼어 있다고 했다

그들은 천년 전에 지어진 수도원을
내가 어제 폭파했다고 했다
그 수도원에는 이 지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방언들을 모은 자료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그 말들을 함께 폭파한 거라고 했다

나는 어제 집에만 있었는데!
천년을 살아도 낯선 내 그림자가 발목을 잡아 놓아주지 않았는데!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잠 속에서 깨어나면
투명한 벌레 한 마리가 될 날씨다

종소리는 공중에서 유리조각으로 흩어지고
잠이 덜 깬 잘 아는 얼굴은 황망히 도시를 떠난다
가방을 끄는 소리도 시끄러웠지

누군가 끌고 가는 바퀴가 달린 가방만큼
어릿하게 슬픈 세계는 없었다

● 제작진
기획: 박유리, 제작: 한겨레TV, 낭송: 박유리, 영상편집: 위준영, 
사진: 강창광, 김성관, 류우종, 장철규, 박종석, 강재훈
프로그램 공지사항
매주 토요일 한겨레신문 토요판에서 만나는 시인의 시 낭송 프로그램.

Designed by hikaru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시 읽는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