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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청춘 17회] 질문잡지 '헤드에이크' 정지원 편집장

지난 프로그램교양·라이프Dear 청춘 2012.03.14 07:33:20 hanitv
 “골치 아픈 질문은 피하지 말고 던지자!”
 국내 유일의 질문 잡지 <헤드에이크(Headache)>의 창간 정신은 유별나다. 이 때문에 잡지를 만들고 있는 정지원씨는 매일 두통에 시달린다. 처음 만들 때는 지금처럼 두통에 시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청춘의 특권(?)이랄까요. 그래서 일단, 저질렀죠. 그냥 지르고 끝냈으면 됐는데, 양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웃음) 3년째, 헤드에이크를 만들고 있어요.”
 조금 낯선 잡지 <헤드에이크>는 2009년 11월에 창간해 여러 얼굴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오직 20대의 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20대 잡지’로도 불린다. 다양한 청춘들이 커 나가면서 겪는 ‘성장통’을 여럿 폭로해 지금은 ‘라이프 스타일’ 잡지로 거듭나고 있다.

 # 졸업하면 뭘 하지?

 때는 2009년 11월. 졸업을 앞둔 사면초가의 대학생 정씨는 친구들과 함께 이름부터 골치 아픈 잡지 <헤드에이크>를 만들었다. 본격적인 사회 진출을 앞두고 그를 괴롭힌 가장 큰 고민은 “졸업하면 뭘 하지?”였다.
 “잡지를 함께 만든 친구들이 신문방송학, 정치외교학 등의 다양한 공부를 했지만, 막상 뜻을 펼칠 회사를 찾는 게 어려웠죠. 물론, 뽑아주지도 않았지만….(웃음) 그래서 우리끼리 뭔가 만들고 졸업하자는 기특한 생각을 했어요.”
 정씨는 “현명한 질문은 삶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헤드에이크>를 통해 20대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20대들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3년 동안 6권의 <헤드에이크>를 만들었다. 0호 ‘졸업 후에 뭐하세요?’부터 2011~2012년 질문 키워드 특별판 ‘당신의 질문은 무엇입니까?’까지 잡지 속 이야기엔 자조적이고 유쾌한 사연이 넘친다.

 # 50여명의 24시간을 깨알같이 잡지에 담아

 팀원이 모두 백수였던 엄혹한 시절에도 질문은 멈출 수 없었다.
“졸업을 앞둔 어느 날, 학교 근처에 있다가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근데 글쎄, 아무도 답변을 안 하는 거예요. 아니 내가 학교 앞에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차 한 잔 마시러 오기가 이렇게 힘든 세상인가? 좀 흥분한 상태에서 떠오른 질문이긴 했지만, 진심으로 묻고 싶었죠. 시간 있어요?”
 하루를 일주일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50여명의 24시간 기록을 담았다. 한 시간 단위로 적혀 있는 깨알 같은 손글씨와 잉여력 넘치는 그림은 세번째 잡지 ‘시간 있어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질문은 세월과 연대해 함께 늙어간다. 취업의 문턱을 넘어서니 불현듯, 홀로서기에 관한 물음이 이어졌다. 네번째 잡지 ‘독립, 언제 할거야?’에는 청춘들의 치열한 독립 생존기를 담았다. 다섯번째 질문을 찾아 헤매던 때는 아버지 사무실의 한 귀퉁이, 카페의 구석을 전전하느라 지쳐있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면 마땅히 궁둥이 붙일 곳도 없는 청춘들에게 물었다. “갈데 있어요?”
 “3년 동안 아버지 회사, 옥탑, 카페를 돌아다니며 작업하다 최근에 저희만의 아지트가 생겼습니다. (웃음) 반지하 같지 않은 반지하인데요. 위치는 요즘 뜨고 있는 한남동에 있어요. 언제든 오시면 차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지난 2월에 발행한 <헤드에이크>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질문은 무엇입니까?”
 “2011년 당신을 가장 골치 아프게 한 질문은? 2012년 당신이 가장 사로잡힐 질문은? 이 두 가지 질문을 적어서 엽서를 만들었죠. 20대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에 비치하고 200장 넘게 수거했어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이 쏟아졌어요. 이 고민의 집약판이 <헤드에이크> 신년호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 당신이 일으키고 싶은 혁명은?

 “맨 처음 만든 ‘졸업 후 뭐하세요?’는 예상 외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20대 초·중반 나이의 독자들에게 ‘졸업하고 뭐하세요?’는 치명적인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이 잡지는 가장 인기가 좋아요.”
 두번째 잡지 ‘당신이 일으키고 싶은 혁명은?’에 소개된 ‘혁명 제안서’가 눈에 띈다. ‘게이에게 가족을 허하라’, ‘싱글맘 아이에게 삼촌이 되어주자’,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신촌 청년운동 제안’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재치 있고, 기발하게 풀었다.
“첫번째 잡지 ‘졸업 후…’가 반응이 좋았죠. 우리가 이런 질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허세 좀 부렸죠. (좌중 폭소) 20대가 사회의 변화를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는 많은 어르신들이 응원이 있었습니다. 이 잡지는 자신이 없어서 조금만 찍었더니 이미 절판이에요.” (웃음) 

 # 버티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14살 된 정씨의 동생부터 아버지 연배의 많은 사람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헤드에이크>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했다. 덕분에 정씨는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됐다.
 “이왕 3년을 바친 거, 어떻게든 끝장을 보자는 마음을 갖게 됐죠. 최근에 ‘포스트 컴퍼니(Post Company)’란 이름의 회사를 만들었어요. 포스트잇 회사 같은 느낌이 들죠? (좌중 폭소) 미래의 동료들이란 따뜻한 가치를 담은 이름인데요. 헤드에이크 잡지를 비치해주고, 공간을 제공해주는 마을 카페들(녹색광선, 채화당, 가베나루, 노란코끼리, 상상마당 등)과 300여 명의 독자들이 점점 네트워크를 넓히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많을 때는 식구가 9명이나 됐다. 지금은 3명이 <헤드에이크>를 위해 올인하고 있다. 이들이 꿋꿋하게 버텨온 노하우를 공개했다.
 “사실, 0호, 1호 잡지를 낼 때까지만 해도 빨리 만부를 찍는 대박 잡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현실을 직시했죠.(웃음) 어깨에 힘 빼고, 가볍게. 하지만 끈기 있게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1년을 버티면 3년을 가고, 3년을 버티면 5년을 가고, 5년을 버티면 10년을 간다고 하잖아요. 재미로 시작했던 헤드에이크 잡지는 이제 100년 가는 기업을 꿈꾸게 되었어요.” 

 # 새로운 미디어의 꿈…빡센 취미 또는 일상의 유희

 헤드에이크는 소규모 독립잡지에서 벗어나 새롭고 따뜻한 미디어를 꿈꾼다. 세상이 정해놓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답변은 탈락이다.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꾸밈없이 담을 예정이다.
 “누군가 시간을 내서 자신의 고민을 글로 적는다는 것은 피곤한 일 같지만 사람들이 의외로 진지하게 엽서를 써줘요. 20대뿐만이 아니라 10대와 30~40대, 60대까지 참여한 엽서 프로젝트의 답변은 정말 각양각색이었죠.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환상 아닌가요?’라는 엽서였어요. 올해부터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서 좀 더 넓은 층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인 질문도 던져볼 예정입니다.”

 정씨에게 <헤드에이크>는 일상의 유희이자, 빡센 취미였다. 3년을 버티자 직업이자 작업이 됐다. 책 판매 수익금만으로 감당이 안 되니 운영도 문제다. <헤드에이크>를 만들고 취업 걱정 없이 돈도 벌고 재미있게 살아보자고 다짐했던 초심은 보기 좋게 흔들렸다. 후원과 광고를 기다리는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질문 하나가 있다. “그래서 너희 이 짓 왜 하는데?”
“우리는 많은 질문을 갖고 살아가잖아요. 그것을 공유할수록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문제를 꼭 해결할 수 없더라도 사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헤드에이크는 듣는 역할을 제대로 해보려고요. 이젠 저희만의 즐거움이 아닌, 20대 친구들과 함께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나누고 싶어요.”

<헤드에이크>의 지치지 않는 질문을 응원하고 싶다면 www.theheadahce.co.kr 
 글/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출연 : 질문잡지 ‘헤드에이크’ 정지원 편집장
 책임 프로듀서 : 이경주
 기술감독 : 박성영, 이규호
 무대 디자인 : 문석진 
 CG : 이다연
 기사 데스크 : 박종찬
 편집·연출 : 박수진 
프로그램 공지사항
‘Dear 청춘’은 매주 목요일 한겨레TV와 한겨레TV 유튜브 채널, 팟캐스트(준비중)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출연 및 방청신청은 jjinpd@hani.co.kr 트위터 @jjinpd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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