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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청춘 23회] 부천역 빅이슈 판매원 이영철

지난 프로그램교양·라이프Dear 청춘 2012.04.26 06:01:56 hanitv
 “빅이슈는 내 운명”

 빅이슈를 판매한 지 8개월. 잡지에 실리는 ‘우리 동네 빅판’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별 부담 없이 약속 장소에 나갔다가 사진 촬영만 했다. ‘글을 직접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빅이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기회가 오니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이 글은 빅이슈 코리아 33호 ‘우리 동네 빅판’에도 실렸습니다. 편집자주)

 # 롤러코스트처럼 굴곡이 많았던 내 인생


 태어나서 이십 대 후반까지는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았다. 장남을 최고로 생각하시는 산골 출신의 부모님 밑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님의 기대대로 말썽 한 번 안 피우고 학교에 다니고, 군대를 마치고 취직해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며 이십 대를 보냈다. 그러나 삼십 대에 접어들어서부터 빅이슈를 만나기 전까지는 진짜 롤러코스트 같은 인생이었다.  

 스물아홉 살 되던 해,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자동차도 있으니 ‘부업으로 학원을 상대로 하는 커피와 음료 자판기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별생각 없이 뛰어들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계기가 되었다.

 자판기 사업의 수입이 괜찮다 보니 하나둘 그 수를 늘리게 되었고, 결국에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업으로 삼아 뛰어들었다.

 1997년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친구와 동업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일에 소홀해지면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IMF로 경제 위기가 찾아왔고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그때라도 사업을 접었어야 했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결혼까지 미루면서 계속 매달리다가 결국은 빈털터리가 되고 파혼까지 하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마음을 잡지 못했고,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꽃게잡이도 하고, 김양식장에서도 일했다. 5톤 차량이나 지게차를 몰면서 대기업에 부품 납품도 했다. 배달 일도 해보고, 서울 청계천 공사 현장이나 영종도 신공항 공사 현장에서도 일했다.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정착하게 되었다. 영등포에서 배달 일을 하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이혼하고 혼자서 아이둘을 키우면서도 때 묻지 않은 모습에 반했다. 먼저 프러포즈를 했는데, 아내는 내가 총각이라고 거절하다가 끈질긴 나의 구애에 결국 승낙했다. 애들이 한창 사춘기라 예민할 때여서 정식 혼인신고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살림을 합치고 동거를 시작했다. 둘이 맞벌이를 하며 애들과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재미있게 지냈다.

 2010년 11월,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지인의 회사에서 일을 도왔다. 일이 잘 풀려 안정적인 운영이 되던 때,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힘들고, 절망스러워 다시 집을 나오게 됐다. 아내와 아이를 두고 집을 나왔다는 죄책감 때문에 남몰래 많이 울었다. 몇 달을 홈리스 쉼터에서 생활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이슈를 만나게 되었다.

 
# <빅이슈>를 만나 달라진 인생


 처음 빅이슈를 접하고는 ‘이게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다.
 ‘내가 남들 앞에 홈리스임을 밝히고 길거리에서 잡지를 팔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됐다. 막상 ‘빅판’(빅이슈 판매원)이 되어 한 달, 두 달 보내면서 나의 인생관은 180도 바뀌게 되었고 많은 걱정들도 사라졌다.

 빅이슈를 만나면서 내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욕심을 버렸다는 것과 거짓과 가식을 버리고 진실 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방황했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모든 것은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 욕심을 버리자 삶이 행복해졌고, 거짓과 위선을 버리자 진솔한 나의 모습을 비로소 찾게 되었다. 내 자신이 떳떳해지자 남들 앞에서 당당해지고, 그런 모습에 독자들이 많은 성원을 보내주었다. 그 성원에 힘입은 나는 용기 내어 가족을 찾아가 용서를 구했고, 이제 다시 함께 살게 되었다.

 그동안의 홈리스(노숙인) 정책을 보면 획일적인 쉼터 생활과 무료 급식만이 전부인 것 같아 안타까웠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IMF 위기가 일어난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홈리스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연령층도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 삶의 의지를 갖고 재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설은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하고 오히려 시설이 홈리스를 양성하는 장소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 면에서 내게 빅이슈는 단순히 홈리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잡지가 아니라, 그동안 단절됐던 사회와 소통하게 해주었다. 또 임대주택에서 살 기회도 마련해주고 건강도 살펴주며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게 해준다. 홈리스 월드컵이나 홈리스 발레단과 같은 여가 생활을 제공하면서 차근차근 사회에 복귀하도록 도와주는 제대로 된 사회적기업인 것 같다. 그러니 독자님들도 빅판을 만나면 호기심이나 동정심으로 잡지를 구매하지 말고 한 달에 두 번 재미있는 잡지를 본다는 생각으로 빅이슈를 구매를 해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여러분의 따스한 말 한마디가 빅판에게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자립을 하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두 달 전 가족과 가까운 곳에서 판매하기 위해 판매 장소를 여의도에서 경기도 부천으로 옮겼는데, 아직은 서울에 비해 빅이슈의 인지도가 낮아서 조금 고전하는 중이다. 하지만 부천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젊은층 유동 인구가 많아서 앞으로의 전망은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계속해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이유는 빅이슈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중에 ‘빅이슈’ 간판을 걸고 아내와 함께 조그마한 가게를 하고 싶다. 그 수익금의 일부를 다시 빅이슈코리아에 기부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빅이슈를 통해 자립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늦었지만 지인들을 초대해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라는 말이 있듯이 꿋꿋이 참고 열심히 해서 반드시 자립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독자들도 지켜봐주시고, 끝까지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 빅이슈(THE BIG ISSUE)를 아시나요? 

 1991년 영국에서 창간된 대중문화잡지 ‘빅이슈’는 홈리스(노숙인)에게만 잡지 판매권을 주고 자활의 계기를 제공했다. 홈리스(Homeless)는 집이 없는 주거취약계층이다. 영국에서는 5,500여명의 홈리스가 빅이슈 잡지 판매를 통해 자립에 성공했다. 
 2010년 7월, 한국에서도 ‘빅이슈 코리아’가 창간됐다. 청년과 재능기부자들이 모여 잡지를 만들었고 매달 격주(1일, 15일)로 빅이슈를 발행한다. 배우 김여진과 이민정씨, 가수 아이유와 이효리씨, 박원순 서울 시장 등이 빅이슈 표지 모델로 재능기부에 동참했다. 서울 시내 주요 전철역을 비롯해 부천역, 서현역 등에서 빅이슈 판매원을 통해 빅이슈 구입이 가능하다.

 글 이영철(부천역 빅이슈 판매원), 사진 임준형(재능기부), 영상 제공 모자이크(재능기부), 정리 안병훈(빅이슈)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출연 : 이영철 (부천역 빅이슈 판매원)
 도움주신분 : 진무두, 조현성, 안병훈 외 빅이슈 코리아 직원분들 
 영상 제공 : 영상 인터뷰 웹진 모자이크 김예찬
 프로듀서 : 이경주
 기술감독 : 박성영, 이규호
 카메라 : 장승호, 황규필, 이승준
 무대 디자인 : 문석진 
 CG : 이다연
 기사 데스크 : 박종찬
 편집·연출 : 박수진
 
프로그램 공지사항
‘Dear 청춘’은 매주 목요일 한겨레TV와 한겨레TV 유튜브 채널, 팟캐스트(준비중)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출연 및 방청신청은 jjinpd@hani.co.kr 트위터 @jjinpd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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